자연이 준 선물, "천적 농법" 중앙일보 / 2006-05-06

작성일 06-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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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은정 조회 31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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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적 농법'이 주목받고 있다. 농약 대신 천적을 이용해 해충을 없애는 친환경 농법이다. 오이.토마토.가지.파프리카 등 채소 재배에서 가장 큰 골칫거리는 진딧물과 응애다. 수액을 빨아먹고 각종 바이러스의 매개체가 되기 때문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칠성풀잠자리. 이 풀잠자리의 알은 '우담바라'로도 알려져 있다. 유충(애벌레)은 물론 성충이 되어서도 하루 200마리의 진딧물을 잡아먹는다. 번식력도 뛰어나다. 또 해충나방알. 총채벌레.온실가루이약충까지도 잡아먹기 때문에 이용가치가 높은 천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카니발리즘(동종끼리 서로 잡아먹는 것)으로 인해 대량 사육이 어려운 것이 흠이다. 무당벌레도 천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번식력이 높고 알에서 애벌레를 거쳐 성충이 되는 데 약 21일밖에 걸리지 않는 데다 성충 수명은 2~3개월이나 된다. 애벌레와 성충은 하루 100~200마리의 진딧물을 없앤다. 진디벌의 생태는 신비롭기까지 하다. 진딧물을 숙주로 이용한다. 진딧물 몸속에 알을 낳으며 진딧물은 미라 상태가 된다. 진디벌 한 마리가 낳는 알은 평균 약 400~1000개. 성충 한 마리당 많게는 1000마리의 진딧물을 없애는 셈이다. 진딧물 몸속에서 부화한 애벌레는 진딧물 체액을 먹고 살게 된다. 상품화가 쉬워 가장 널리 보급됐다. 미라 상태의 진딧물을 포장해 상품화한 것이다. 천적 농법은 1967년 네덜란드의 코퍼트가 오이밭에 칠레이리응애를 방사해 응애 방제에 성공하면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95년부터 농업과학기술원이 연구를 시작했다. 현재 세실을 비롯한 국내 5개 업체가 천적 18종을 상품화하는 데 성공했다. 기술수준은 네덜란드.벨기에에 이어 세계 3위다. 최근 정부와 지자체가 생물농약 구입 비용의 80%를 지원해 준다. "천적 농법은 상당한 인내심을 필요로 합니다." 농업진흥청의 김용헌 박사는 "농민의 입장에서 보면 해충 구제가 느리게 진행돼 농약을 뿌리고 싶은 충동이 들 것"이라며 "생태계의 자정능력을 믿고 환경친화적인 농산물을 생산하려면 이는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천적 농법은 자라나는 어린 세대에 주는 교육적인 효과도 매우 크다고 말했다. "미국 쌀이 들어오는 개방시대입니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해 부가가치를 높여야 합니다." 전남 담양에서 유기농 농산물을 생산하는 두리영농조합의 김상식(42) 대표의 말이다. 김 대표는 어렵고 힘들지만 건강한 농산물로 국민의 밥상을 지킨다는 자부심으로 천적 농법을 택했다고 말했다. 오염 없는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농업시장 개방으로 농촌은 고사 직전이다. '천적 농법'이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고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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